과학 다반사

5. 술의 과학
5.3 맥주 part 2

 

  맥주 캔의 옆면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맥주의 원재료로 정제수, 보리 맥아, 밀 맥아, 호프, 효모 정도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재료가 어느 지역에서 나왔고,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느냐에 따라서 맥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집니다. 클래식 라거부터 상큼한 에일, 그리고 쌉쌀한 IPA까지 같은 기업에서 주조한 맥주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국산 맥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새롭지 않게 느껴지는 라거는 사실 맥주의 오랜 역사 속에서 가장 새로운 종류의 맥주입니다. 기원 후 700년대 중반부터 맥주를 양조해 온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맥주 양조장인 독일 바이에른의 바이엔슈테판 수도원 양조장에서 라거가 15세기에 이르러서야 양조되기 시작했다고 여겨집니다( "500 years ago, yeast's epic journey gave rise to lager beer". Geneticarchaeology.com. 2014-11-09). 앞서 설명했듯이 라거효모의 발효는 에일효모보다 낮은 온도에서 더 느리게 일어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잘 아는 대다수의 거대 맥주 브랜드는 라거 맥주 회사입니다. 그 이유는 19세기에 냉장고가 개발되면서 라거맥주를 안정적으로 계속 발효가 가능하게 되었고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이어졌지 때문입니다(A Concise History of America’s Brewing Industry, Martin H. Stack, EH.net). 에일맥주는 전통적인 맥주 제조 방식으로 소형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수제 맥주 개념(craft beer)으로 생산, 판매되다 보니 대량으로 생산하는 라거는 에일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싸게 유통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가 라거가 가장 흔한 맥주의 종류가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라거 맥주는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에일보다 더 오래 저장될 수 있어, 대량 유통에도 편리했습니다. 국내 시중의 맥주가 대부분이 라거인 이유도 이런 이유입니다. 에일과 달리 특유의 향이 많이 있지 않고 알코올 도수도 맛을 느낄 정도로 높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은 맥주입니다(How to Talk About Beer Like a Pro, Time, MAHITA GAJANAN APRIL 7, 2018). 미국의 고전 라거로는 밀러, 쿠어스, 버드와이저 등이 있고,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뮤엘 아담스가 수제 맥주로 유통됩니다. 필스너는 라거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맥주로 체코 필센 지방에서 처음 양조되었습니다. 홉의 향을 강조하여 특유의 쌉쌀한 맛이 높아, 일반 라거보다는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글 그림 김준곤

2020년 10월 26

  페일 에일(pale ale)은 에일 맥주 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맥주입니다. 홉 특유의 쌉쌀한 맛과 에일 맥주의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초기 진입장벽이 있지만,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페일 에일은 옅은 맥아(pale malt)를 사용하여 양조합니다. 보리 맥아를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로스팅해 색이 옅습니다. 페일 에일에서 파생된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IPA)는 페일 에일에 비해서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집니다. 1840년 경에 영국에서 처음 생산되기 시작한 IPA는 제국주의의 상징인 동인도 회사로 영국에서 생산된 맥주를 긴 항해에서 상하지 않고 운송하기 위해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맥즙의 당 성분이 효모에 의해서 발효 되지 않고 남게 되어 박테리아 감염에 의해서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https://beerandbrewing.com/dictionary/tUHp3R5egg/). 우리가 흔히 말하는 쉰맥주, 즉, 상한 맥주가 되는 것이죠. 수분과 탄수화물이라는 양분은 드물지만 유해한 곰팡이 균이 자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작용을 막기 위해서 발효를 더 시켜 알코올 도수를 올리고(~7 도) 맥즙의 당 성분을 줄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홉을 더 참가하여, 향균 작용을 하는 알파산이 에탄올과 함께 맥주가 상하는 것을 예방하게 한 것이 IPA입니다(Patrick L. Ting & David S. Ryder (2017), J. Am. Soc. Brew, Chem., 75, 161-180). 에일 특유의 상큼한 맛과 높은 홉 함량으로 씁쓸한 맛, 그리고 높은 에탄올 함량으로 에탄올 특유의 맛(단맛+신맛+쓴맛)을 가집니다. 생각 외로 이 세 성분이 놀아운 조화를 이루어서 새로운 맥주의 맛을 내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세 성분의 함량과 종류를 변화시켜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진 IPA가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주로 영국 IPA는 쓴 맛이 강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IPA는 상큼한 향이 강합니다. 아직 맥주 맛을 잘 모르던 대학생 때, 큰 마음 먹고 값비싼 IPA를 사 먹고, 한약 맛 나는 맛없는 맥주라고 돈 아까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맥주 입문자가 처음부터 즐기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검정 색을 띄는 흑맥주, 스타우트(stout)는 에일 맥주의 한 종류로 아일랜드 맥주로 유명한 기네스(guinness)가 대표적인 브랜드인 맥주입니다. 스타우트보다 커피향(?)이 약한 포터(porter)에서 파생되어 달콤 쌉쌀하고 풍부한 향을 지닌 이 흑맥주의 검정색과 특유의 향은 높은 온도에서 로스팅한 보리로부터 기인합니다(Using Roasted Barley: Tips from the Pros, byo.com). 높은 온도(~230°C)에서 보리를 로스팅하여 탄수화물을 열분해 하여 설탕으로 전환시키고, 캐러멜화 반응으로 검은 빛깔을 지니게 합니다. 탄수화물의 캐러멜화 반응으로 다이아세틸(diacetyl)이 생성되고, 보리 속의 섬유질 성분이 분해되고 보리 속의 씨눈에 함유되어 있는 방향성 물질이 스며 나오게 되어 스타우트 특유의 풍부한 향을 가지게 합니다. 맥아를 높은 온도에서 긴시간 로스팅한 검정 맥아나 초콜릿 맥아도 함께 사용됩니다(The Malt Production Process: Roasting, simpsonsmalt.co.uk, 5th August 2019). 이들 짙은 맥아는 맥주를 발효할 때 소량으로 첨가됩니다. 드라이 아일랜드 스타우트를 양조할 때, 짙은 맥아를 옅은 맥아의 10 % 비율로 섞고 보리와 로스팅한 보리를 함께 넣습니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즐긴다면 진입장벽이 높지 않습니다. 라거효모를 사용하여 발효한 흑맥주를 둥켈이라고 하며, 짙은 맥아로부터 흑맥주 색상을 가지게 됩니다. 
  벨기에는 초콜릿만큼 독특한 맥주를 양조하여 벨기에 스타일 맥주라는 종류를 개척했습니다. 페일 에일, 다크 에일, 사올 에일 등 주로 에일 맥주이지만 특유의 신 맛과 과일 향, 그리고 달달한 맛으로 씁쓸한 맛이 적은 특징을 가집니다.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맥주를 양조했는데, 도수가 높고 향이 복잡한 벨지안 두벨과 트리펠이라는 매우 비싼 수제 맥주를 양조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맥주만큼 복잡한 향을 지닌 밀맥주, 바이젠은 독일의 맥주입니다. 보리맥아와 밀맥아를 함께 사용하여 발효합니다. 필터로 효모를 거르지 않은 바이젠 맥주를 헤페바이젠(hefeweizen)이라고 합니다. 헤페바이젠은 홉의 쓴맛이 낮고 탄산이 높고 단맛과 과일향이 풍부합니다. 상큼한 청량감을 좋아하면 진입장벽이 낮으나, 홉의 씁쓸한 향을 좋아하면 장벽이 좀 있습니다.
  우리가 마트나 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종류의 맥주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봤지만,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맥주가 우리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줍니다. 맥주는 발효주를 대표하며 가장 오랜 기간 우리와 함께 했지만, 그만큼 많은 오해를 갖기도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맥주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분자 수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 김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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