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다반사

5. 술의 과학
5.1 술의 독성학

 

  “음료”편에서 가장 자주 이야기한 성분은 당분입니다. 100% 과일주스도 당분 함유량 때문에 소량 섭취 시 건강에 도움이 되나, 과량을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습니다(Khan et al. Eur J Clin Nutr 2019, 73, 1556-1560). 몸에 해로운 물질을 “독성 물질”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설탕이나 과당이 독성 물질일까요? 일각에서는 당분을 중독성 물질로 분류해야 한다고 합니다(Mysels, J Opioid Manag. 2010 6, 445–452). 중독(中毒)의 사전적 정의는 “독성이 있는 물질을 먹거나 들이마시거나 접촉하여 목숨이 위험하게 되거나 병적 증상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설탕이 독성 물질이라니요? 
  일반적으로 독성 물질이라고 하면 급성 독성작용(acute toxicity)을 가지는 물질을 이야기합니다. 즉, 짧은 시간 안에 섭취했을 때 위험한 물질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초의 화학자라 불리는 파라 켈수스(Paracelsus, 1493~1541)가 "용량만이 독이 없는 것을 정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정의입니다. 우리 몸에 섭취되었을 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사용이 되는 물질을 영양소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과량으로 들어오게 되면 영양소도 우리를 아프게 하거나 위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설탕의 경우 70 kg 성인의 반수치사량은 2,100 g입니다(약 30 g/kg). 반수치사량이란 짧은 시간 안에 섭취했을 경우 섭취자의 절반이 죽을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2 kg 정도의 설탕을 한 번에 먹을 사람은 없지요. 물의 반수치사량은 90 g/kg으로, 70 kg 성인이 한 번에 6.3 L를 마시면 위험합니다. 24시간 동안 2 L의 물을 마시기도 버거운데 6.3 L를 마시기는 어렵겠지요. 여기서 짧은 시간이라는 것은 섭취 후 대사가 완료되는 시간으로 대략 24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https://www.chemsafetypro.com/Topics/CRA/acute_toxicity_ld50_lc50.html). 이런 이유로 물, 설탕, MSG(LD50 ~ 16,000 mg/kg), 에탄올(LD50 ~ 7,000 mg/kg) 등은 독성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가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면, 하룻밤 동안 반수치사량 이상의 술(에탄올)을 섭취하는 것이지요. 요즘은 잘 없지만, 한동안 심심찮게 대학 신입생이 급성 알코올 중독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된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주변 지인이 술병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 간 경험도 한두 번은 겪어보셨을 것입니다. 70 kg의 성인이 40도 위스키를 2/3병(~540 mL), 20도 소주의 경우 7병 이상을 마시면 반수치사량 이상을 섭취한 것입니다. 각종 매체에서 유명인이 주당이라면서 자랑하는 하룻밤 소주 7 병 마신 이야기는 절반의 확률로 목숨을 걸었던 매우 위험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 설탕을 2 kg을 먹거나 물을 6 L 이상 마시는 경우는 없습니다. 왜 유독 독성이 없다고 여기는 에탄올을 활성 성분으로 하는 술은 이렇게 마실까요?

​글 그림 김준곤

2020년 9월 7

  독성은 급성 독성 외에 아만성 독성(수개월), 만성 독성(수년), 발암성, 발생 독성(태아에게 미치는 독성) 등으로 구분됩니다. 당분은 급성 독성은 거의 없지만, 아만성 및 만성 독성을 가지는 물질로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술은 급성 독성을 포함한 모든 독성을 다 가질 수 있는 물질입니다. 특히, 정기적인 음주 습관은 “특정 장기시스템의 축적된 손상(누적 손상)을 나타내고, 임상적 질병으로 인식하기까지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리는” 만성 독성으로의 위험이 매우 큽니다(알기 쉬운 독성학의 이해, 국립독성연구원, 2007). 대사 중에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와 활성산소 때문에 발암성이기도 합니다. 임신 중 술을 마시면 태반 혈관이 수축되어 태아에게 전달되어야 할 영양분과 산소공급을 감소시키고, 에탄올이 태아에게 전달되어 뇌손상과 조직, 장기, 기관 등의 성장에 영향을 줘, 태어날 아기의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결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에탄올은 섭취 시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킵니다. 소장에서 흡수된 에탄올은 혈관을 통해서 뇌에 도달하여 뇌 신경 세포막과 이온 채널, 효소, 수용체 단백질 등을 교란합니다. 에탄올은 친수성 작용기와 소수성 작용기를 같이 지니고 있어서 수용액 상에서 단백질을 뭉치게 합니다. 이러한 원리로 에탄올을 외용 소독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신경세포의 수용체에 직접 붙기도 합니다. 신경세포 수용체에 붙은 에탄올은 신경을 둔화하게 하고, 음주한 사람의 사고나 근육제어를 둔화하게 합니다(https://www.therecoveryvillage.com/alcohol-abuse/). 이런 이유로 음주 후 작업이나 운전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음주는 뇌 속의 도파민양을 증가시켜 알코올에 중독되게 합니다(Chiara, Alcohol Health Res World. 1997, 21, 108–114.). 에탄올이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MAOA)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Cervera-Juanes et al. Mol Psychiatry. 2016, 21, 472–479). 알코올 중독에 의해서 장기간 에탄올을 섭취하면 오랫동안 에탄올에 의해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에 방해를 받던 뇌 신경세포가 작은 양의 신경전달물질에 크게 반응하게 됩니다(https://www.drugabuse.gov/drug-topics/alcohol). 결과적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작은 일에 크게 흥분하게 되어 폭력적 성향을 지니게 되는 이유입니다. 즉, 단기간 적으로는 사람을 나긋하게 하지만, 장기간 적으로는 폭력적으로 변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몸속의 에탄올이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는 중에 간에서는 에탄올을 대사시켜 배출하려고 합니다. 에탄올은 알코올탈수소효소(DA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산화됩니다. 그리고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으로 분해됩니다. 아세트산은 약산으로 몸에 크게 해롭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문제는 아세트알데하이드입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에탄올과 비교해 10배 강한 독성(음용 시 LD50 ~ 661 mg/kg)을 가지고 있으며,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인의 약 30~50%에서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알코올 분해 과정 파헤치기] 술이 세다고 간이 튼튼하지 않아요,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2019.12.05.). 술을 마시자마자 얼굴이 붉게 변하는 안면홍조증이 있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가 결핍되어 섭취한 에탄올의 대사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효소가 결핍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간이 밤새 분해할 수 있는 양 이상의 술을 마시면, 두통, 구토 등을 포함한 숙취를 가지게 됩니다. 에탄올의 대사 과정 중에는 활성산소가 발생하며, 이 또한 체내 염증을 유발합니다.
  이번 장에서는 에탄올을 포함한 수용액인 “술”이라는 음료에 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술이라는 음료가 가지는 많은 폐해에 관해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술이 가지는 독성을 논의했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자주, 그리고 많이 섭취하는 음료이기 때문에 문제 또한 많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술은 인류의 역사, 문화와 함께 해왔습니다. 중추신경 마비와 도파민 분비라는 화학적 작용으로 많은 역사적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음식의 발달에는 항상 같이 곁들일 술과의 조화가 빠지지 않습니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 매우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술은 그 깊이만큼 다양한 종류로 우리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에탄올이 가지는 양친성(친수성+소수성)으로 수용액 안에서 다양한 분자와 작용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음 편부터 술의 과학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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