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다반사

4. 음료의 과학
4.6 과일주스

 

  과일주스는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여겨집니다. 특히, 앞서 다룬 탄산음료와 비교해서 더더욱 그렇게 생각합니다. 많은 연구와 미디어, 정부 기관에서 탄산음료에 함유된 당분의 양이 과도하다고 발표하며, 특히 청소년의 당분을 함유한 음료 소비를 지양하는 정책을 앞다투어 내고 있습니다(전국 청소년수련시설 225곳, 탄산음료 판매하지 않기로, 보건복지부, 2006). 그러나 탄산음료 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주스에도 많은 양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과일주스는 탄산음료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적은 양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더 많은 양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기도 합니다(Walker et al. Nutrition, 2014, 30, 928-935). 탄산음료나 과일주스 모두 240 ml 용량당 20~26 g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고, 약 110 칼로리의 열량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탄산음료의 당분 함유량이 기존에 음료 시장을 점유하던 과일주스의 양에 맞춰서 개발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당분 함유량 때문에 기존의 과일주스가 건강에 좋다는 속설에 반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Caroll et al. Seriously, Juice Is Not Healthy, the New York Times, July 7, 2018).

  그러면 과일주스는 정말 건강에 좋은 음료가 아닐까요? 애초에 왜 탄산음료보다 건강한 음료라고 생각되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과일주스의 제조 과정과 함유성분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과일의 즙을 짜서 마시는 음료는 포도주의 역사와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도의 즙이 발효 과정을 통해 포도주가 되기 전에 사람들이 음용했을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1869년에 치과 의사였던 웰치가 포도주스를 밀봉된 병에 넣어 끓는 물에 중탕하여 살균, 판매한 것이 최초의 상업적 과일주스라고 여겨집니다(Morris, Justin R. HortTechnology, 1998, 8, 471–478). 최초의 현대식 주스 제조기는 미국의 사업가였던 워커가 개발한 놀워커 기계입니다. 과일을 분쇄한 뒤 즙을 내는 방식으로, 워커는 이렇게 하면 과일의 영양분을 주스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The Atlantic, The Man Who First Juiced by Sarah Laskow, Nov. 20, 2014).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웰치나 워커 모두 과일 내 섬유질과 씨앗 등 즙을 짜낸 후 남는 찌꺼기를 천을 이용해서 걸러냈다는 것입니다. 현재 과일주스를 제조하는 법도 비슷합니다. 과일을 씻고, 껍질을 벗긴 후, 자르고 으깬 뒤에 즙을 짜냅니다. 짜낸 주스에서 섬유질 등의 찌꺼기는 필터로 거르고, 살균 처리 후 포장됩니다. 과일을 먹는 것과 주스를 마시는 것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일을 먹으면 섬유질로 인한 포만감으로 과다한 음식 섭취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례로 점심 식사 전 사과를 먹으면 음식(과일+식사)으로 인한 열량 섭취가 줄어들지만, 사과 주스를 마시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Appetite. 2009 Apr; 52(2): 416–422). 그 외에는 과일과 과일 주스 모두에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비타민 C와 섬유질을 제외하고 100% 과일 주스 1/2 컵(120 ml)에는 철분, 포타슘(칼륨),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같은 양의 과일만큼 있습니다(Clemes, Adv Nutr. 2015 Mar; 6(2): 236S–243S.; Healthline, Is Fruit Juice as Unhealthy as Sugary Soda? by Alina Petre, Dec. 13, 2019). 이런 점이 확실히 탄산음료와 주스의 차이입니다. 탄산음료에는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으면 이런 영양소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양소로 인한 장점은 하루에 주스 한 잔으로 효력을 다합니다. 탄산음료와 마찬가지로 주스의 문제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했을 때 일어납니다. 탄산음료 편에서 이미 이야기 했듯이, 성인의 경우 당분 섭취량을 하루 50 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을 WHO에서 권고하고 있습니다(WHO, Guideline: Sugars intake for adults and children, 2015). 하지만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하루에 25 g 이내의 당분 섭취를 권장하고 있습니다(American Heart Association statement Added Sugars and Cardiovascular Disease Risk in Children). 하루 한두 잔의 주스 섭취는 어린이도 해로울 것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 그림 김준곤

2020년 8월 31

  마트에서 사 먹는 주스의 경우, 마시기 전에 직접 과일에서 착즙한 주스와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일 고유의 향을 가지는 방향성 화합물 성분이 주스 공정 과정에서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고(산화), 살균과정 중에 변형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통과정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산화 반응을 막기 위해 주스 내 용해된 기체를 제거하는 공정도 주스의 맛을 변하게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시중에 유통되는 많은 과일주스는 과일의 즙 외에 다양한 식품 첨가제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식품 첨가제에는 다양한 성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비타민 C나 다양한 토코페롤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상큼한 맛을 강화하기 위해서 시트르산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회사에 따라서 천연향료라는 이름으로 고유의 과일 향을 강화하는 첨가물을 넣습니다. 오렌지 주스라고 해도 제조 회사나 주스 상표에 따라 특유의 향이 다른 것은 이 식품 첨가제의 성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The Daily Meal, The Truth About Store-Bought Orange Juice: It Doesn’t Actually Taste Like Orange Juice by Dan Myers, April 6, 2017). 단맛을 강화하기 위해서 과당이나 설탕, 고과당 옥수수 시럽 등이 추가로 첨가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많은 과일주스의 경우 제조 단계에서 5배로 농축시킨 후, 최종적으로 정제수에 희석한 농축 희석 주스입니다. 예전에는 농축액을 물로 희석한 주스의 농도가 원재료 농도(100% 과일주스) 이상이면 식품첨가물을 포함해도 표기할 필요가 없었으나, 2020년 1월부터는 모든 식품첨가물을 표시해야 합니다(Top daily, 오렌지 주스의 진실, 성분 같지만, 가격은 '제각각'…소비자들만 속고 사는 '냉장 주스' by 신진섭, 2018.07.03.).
  음료의 당분 함유량이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3대 영양소 중 하나로, 우리가 생존하려면 꼭 필요한 영양소인데, 굳이 왜 “당분”이라고 하는 탄수화물에 대해서 이렇게 주의를 요구할까요? 이당류로 이루어진 설탕은 체내에서 빠르게 글루코스와 과당으로 분해되어 바로 대사작용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 중 글루코스는 에너지원으로 즉각적으로 사용되고, 과당은 글루코스로 전환되어 사용되거나, 지방으로 저장됩니다. 음식이 부족하던 원시시대에는 설탕은 즉각적으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귀한 음식 성분이었습니다(The Sugar Fix: The High-Fructose Fallout That Is Making You Fat and Sick, 1st Ed., Johnson, Potter/Ten Speed/Harmony/Rodale, 2008). 설탕은 “단맛”이라는 기분을 좋게 하는 성분으로 뇌에 각인되었고, 우리 몸은 설탕을 섭취하면 뇌에서 도파민을 과량 분비하여 섭취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진화되었습니다(The Story of the Human Body: Evolution, Health, and Disease, 1st Ed., Lieberman, Patheon Books, 2013), 이러한 보상체계로 우리 몸이 당분에 반응하게 된 이유는 과거에는 얻기 힘든 성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몸이 과도한 양의 당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되어있지 않아서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아프게 된다는 것입니다(Business Insider, An Evolutionary Explanation For Why We Crave Sugar by Spector, Apr 25, 2014). 당분을 과다 섭취하면 비만을 비롯해 제2형 당뇨병, 간부전, 신장 질환, 고혈압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이 커집니다. 만성질환의 무서움은 환자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게 발병되며, 발병 후에는 치료하기 어려운 점입니다.
  탄산음료부터 발효유, 커피, 차, 그리고 과일 주스 모두 우리의 일상을 향기롭고 풍요롭게 해주는 음료임이 분명합니다. 건강에 좋은 성분들도 포함하는 음료도 있습니다. 다만, 이들 모두 당분이나 카페인 같은 활성성분이 주요 성분으로 함유되어 있으며, 이 물질들은 우리 몸에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섭취는 건강에 도움을 주거나, 기운이 나는 느낌을 주거나, 상쾌한 기분을 줄 것이나, 과도한 섭취는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딱히 이들 음료에 대해서 사회적 제도에 의한 제어가 없는 것은, 개개인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 장에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서 섭취가 제어되고 많은 부작용을 가지지만, 인류의 문명과 함께 일반 음료만큼이나 다양하게 발전한 “술”에 대해서 분자 수준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김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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