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다반사

3. 물의 과학
3.2 신비한 용매, 물 part 2

 

  우리가 섭취하는 액체로 된 음식물은 전부 물을 주성분으로 합니다. 우유를 예로 들면, 성분 중 88%는 물입니다(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식품성분표). 우유는 주성분이 물이고 여러 가지 물질이 섞여 있지만, 용액은 아닙니다. 균일하게 섞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탁하게 섞여 있는 물질을 콜로이드(colloid)라고 합니다. 콜로이드 안의 입자는 매우 작아서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계속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상하기 전까지요). 용매에 섞여 있는 물질의 크기가 마이크로미터(μm) 이상이고, 시간이 지나면 용매 밑으로 침전하면 현탁액이라고 합니다. 막걸리가 현탁액의 예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막걸리는 물 안의 입자가 가라앉아 상층에는 투명한 청주가 남고 하층에는 백탁 부분으로 나뉘는 것입니다.
  우유와 같은 콜로이드는 물의 매우 중요한 성질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물은 극성을 가지고 분자 간의 수소결합으로 상호작용이 강합니다. 이러한 물에 녹아 들어가려면 물 분자 간 상호결합을 깨서 분자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야 합니다. 친하게 잘 지내던 물 분자가 굳이 수소결합을 깨고 비집고 들어온 이물질을 받아드리려면, 물만 있을 때보다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합니다. 새로운 친구가 물 분자끼리만 있을 때보다 더 친하게 지내주면 되겠죠. 물 분자와 친하게 지내려면, 물 분자 간의 수소결합 이상의 작용이 필요합니다. 물 분자와 더 강한 상호작용이나 더 많은 수소결합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성질을 가질 수 있는 물질은 극성이 있어야 합니다. 극성이 강하려면 분자의 크기가 작고, 전자를 좋아하는 성질이 다른 원소들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소듐(나트륨)과 염소로 이루어진 소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에 녹게 되면, 소듐이 본인의 전자를 아예 염소에게 주고 소듐은 양이온이, 염소는 음이온이 되어 각각 물 분자의 산소 원자, 수소 원자와 이온-쌍극자 작용을 합니다. 이렇게 분자 수준에서 물 분자와 상호작용을 하며 섞일 때 우리는 균일하게 섞인 용액이라고 합니다. 설탕은 물에 녹여도 쪼개지지 않습니다. 다만 설탕에는 극성을 가진 하이드록시기(OH 작용기)가 많습니다. 각각의 하이드록시기가 물 분자 여럿과 수소결합을 형성합니다. 역시 분자 수준에서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질과 같은 극성이 낮은 분자는 물 분자와 같이 분자 수준에서 서로 작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친해질 수 없게 되니 물속에 들어온 물질을 물 분자들이 배척하게 됩니다. 결국은 극성이 낮은 지질분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치고 물 분자와 작용을 하지 않게 됩니다. 기름 속에 소금을 넣었을 때 녹지 않고 가라앉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이런 무극성 물질이 물속에 많아지면 우유와 같은 콜로이드가 형성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화학 법칙을 알 수 있습니다. 분자가 가지는 중요한 성질인 극성에 따라서, 용액이 형성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Like dissolves like,’ ‘비슷한 것끼리 녹인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화학작용의 제1 법칙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음료에서 항상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 그림 김준곤

2020년 7월 20

  하지만, 세상을 만화영화처럼(요즘 만화영화는 꼭 이렇지도 않지만요...) 흑백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듯이,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도 극성 분자, 무극성 분자만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많은 분자가 극성 작용기와 무극성 작용기를 함께 가지기도 하고, 어떤 분자는 너무 큰 극성을 가져서 되려 물 분자가 작용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러한 복잡성을 가진 대표적인 물질이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입니다. 3대 영양소 모두 탄소를 기본으로 구성된 유기물질입니다.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가장 단순한 유기 화합물인 탄화수소는 대표적인 무극성 분자입니다. 영양소 분자는 탄화수소를 기본으로 인(P), 산소(O), 질소(N), 황(S)과 같은 원소가 추가로 결합하여 극성 작용기를 가집니다. 물과 직접 작용하는 극성 작용기와 물과 어울리지 않는 무극성 작용기가 혼재되어 있어 물속에서 복잡한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물속에서 3차원 구조와 다양한 기능을 가지게 되고, 우리 몸속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생명 활동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60% 이상이 물입니다. 물의 신비로운 용매 기능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영양소들이 다양한 기능을 가질 수 있게 해줘, 생명 현상을 중개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우주에서 본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공기로 덮여 있는, 사람이 동물, 식물과 상호 작용하며 사는 곳일 것입니다. 화학자의 관점에서 세포는 물로 덮여 있는, 단백질이 지질, 탄수화물과 상호 작용하며 사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생명 현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가능하게 해 우리가 풍미 있고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기도 합니다. 

© 김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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